Greendays : 초록색의 날들
2024. 8. 20 - 9. 10
고서연, 정지용, 황호석
작가노트
고서연
노란 열매들을 내어주고 초록색 가득해진 밭, 그 밭을 지켜주는 거대한 나무들.
그 안에는덩그러니 버려진 콘테나가 있다.
아이는 고된 몸을 이끌어 콘테나 속으로 들어갔고 잔뜩 욱여넣은 몸이었지만 편안했다.
온전한 휴식을 취하게 해줬던 외로운 나의 숨터는 세월이 흐름에 따라 흩어져 간다.
여전히 나는 안식이 필요했고 숨터를 찾고자 했다.
한참을 헤맨 붓칠은 천 위로 켜켜이 쌓이고 스며들었다.
그 끝은 마치 꿈속을 보듯 보드라운 질감으로 나타나 나를 그곳으로 데려간다.
작가노트
정지용
과거의 온도, 분위기를 기억하며 표현하는 과정 중 즉흥적인 감정들이 동시에 일어나며 과거의 감정과 뒤섞인다. 순간적으로 우발하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 위에 대략적인 표시만 남긴 후 별도 스케치 없이 선을 그려나간다. 무수한 이파리들을 선으로 하나씩 그려 형상을 만들어 내고, 화면을 채운다. 선묘(線描) 작업 후 내가 풍경을 보고 느낀 감정과 색채 분위기를 기억하며 색을 조색하고 칠한다. 작품의 이미지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풍경을 보여준다.
작품 속에는 집이 등장한다. ’집'이라는 단어는 보편적인 의미로써 우리에게 따듯함, 편안함과 같은 감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작품을 통해 자연과 공존하며 안식하고, 사유하고자 하는 내면의 이상향을 표현하고 있다.
작가노트
황호석
그림 작업에 들어가기 전 인상적인 낱말들과 생각들을 메모하고 며칠 혹은 몇 주의 시간을 두고 각자의 단어들이 숙성되기를 기다리며 제목과 이야기를 만들고 이미지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그림을 계획해 나간다.
이미지는 평소 무작위로 혹은 계획에 의해 찍어 놓은 사진 속에서 주로 주목받지 못한 이미지를 선택하게 된다. 사진 속 주제나 주인공이 아닌 사람들과 사물들, 일상생활에 중요한 부분이면서도 주목받지 못한 감정들을 메모하고 드로잉하는 과정을 통해 내 그림 속에서 당당한 주인공으로 거듭나게 한다.
나의 그림은 그들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감정적인 이야기들, 사랑, 질투, 아픔, 보살핌 등의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오랫동안 함께했던 친구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감정의 상처들을 나열하며 배열하고, 의미를 넣으며 회화작업으로나마 치료하고 표현하기를 희망한다. 누군가에게 오늘은 달콤한 하루일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선혈이 낭자한 전쟁터일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