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 어떤 동화

갤러리헤세드 설에덴


2024. 2. 24 -  3. 16

곽우주, 백선영 지미례, 정새롬



 달큰하고 추상적으로 끝나는 동화 속의 이야기들이 매력적인 이유는 독자로 하여금 동화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게 하기 때문이다. 갤러리 헤세드(구 갤러리이든) 는 기획전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 어떤 동화'  을 통해 관람객을 작가들 각각의 이야기 세계로 초대하여 바쁜 일상 속 신선한 일탈을 제시하고자 한다.


작가 곽우주는 현실과 맞닿아 있지만 전혀 다르게 느껴지는 몽환적 풍경을 작품으로 그려 내 관람객에게 자신만이 구축한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험하도록 유도한다. 잔잔히 흐르는 강물 주변에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토끼나 물위를 떠다니는 초승달, 흘러가는 별들을 주워 바구니에 넣은채 낚시를 즐기는 작은 동물들과 초승달 위에서 망원경으로 머나먼 어딘가를 바라보는 다람쥐와 같은 풍경들은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어떤 이야기를 떠오르게 만든다. 작가는 이 풍경에 누구도 눈치채기 어려울 만큼 작은 문을 만들어 세계와 현실을 오가는 통로로 삼아 관람객을 초대한다.


작가 백선영은 빨간 망토를 두른 '캐롤'이라는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해 스스로가 주인공이 된 동화를 그렸다. 사자나 늑대와 같은 맹수와 함께 '캐롤'이 어울려 노니는 비현실적이고도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관람객은 '캐롤' 을 자기 자신으로까지 확대하여 각자의 모험과 용기를 발견하기에 이르도록 안내한다. 잔잔하게 피어 흩날리는 꽃잎들과 그 속을 가로지르는 나비, 환상적으로 표현된 숲속에서 살랑거리는 나뭇잎들과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새들의 지저귐이 더해져 관람객은 어릴적 꿈꾸던 동화속을 유영한다.


 사람들은 모두 가장 깨끗하고 좋은 것만을 내비추며 살기를 바라지만 마음속 어딘가 한켠에 아무도 모르게 벌레를 키우며 산다. 지미례 작가는 '결핍' 을 관찰해 스스로가 창조한 애벌레의 이미지로 치환하여 화폭에 담아냈다. 

관람객은 때에 따라 웃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울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 커다란 눈망울을 통해 자신의-혹은 타인의- 결핍과 또렷하게 마주하게 된다. 벌레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이 생명체는 작가의 의도대로 더이상 스스로나 누군가를 갉아먹는 못된 벌레가 아닌, 보듬어 주고 싶은 생명체로서 자리한다. 그가 만든 애벌레(결핍)들로 이루어진 따뜻한 작품 안에서 우리는 우리의 결핍들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어우러져 사는 꿈의 세계를 맛보게 된다. 


정새롬 작가는 톡톡 튀는 컬러감과 단순화된 형태로 작가만의 세계를 풀어낸다. 동그라미로 표현된 작품의 얼굴을 바라보며 관람객은 스스로의 얼굴을 작품 안에 투영해 저마다 다른 표정으로 작품속에 진입한다. 작가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대상의 본질에 집중하여 그만의 표현 방식으로 단순화시켜 화폭에 자리 매김 하였다. 단순화 시킨 형태와는 다르게 안료를 두텁게 쌓아 특징적인 질감을 만들어 내었는데, 이 질감과 형태 그리고 색감이 조화되어 작품속 세계는 각자의 현실을 새로운 차원의 아름다움으로 이끈다.


'그리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며 마무리 되었던 수많은 동화속의 이야기들을 재촉하던 어린날의 마음으로, 네 명의 젊은 작가들이 풀어내는 각각의 세계속에서 마음껏 활보하는 전시가 되기를 바란다.




The sweet and abstract endings of fairy tales are captivating because they inspire readers to imagine a world beyond the story. Gallery Hesed (formerly Gallery Eden) invites viewers into the individual worlds of the artists through the exhibition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Some fairy tale,' aiming to offer a refreshing escape from the busy routines of daily life.


Artist Woo-Joo Kwak, while rooted in reality, portrays surreal landscapes that urge viewers to actively explore the worlds she constructs. Scenes where rabbits play with toys by a gently flowing river, a crescent moon drifts atop the water, and small animals enjoy fishing with baskets full of stars encourage viewers to project themselves into these enchanting realms. With each stroke, the artist crafts a gateway between reality and imagination, inviting spectators to embark on an adventure.


In Sun-Young  Baek's works, viewers find themselves enlarged within the character 'Carol', donning a red cape, as she interacts with fierce creatures like lions or wolves in surreal yet beautiful landscapes. The serene fluttering of flower petals, the fluttering of leaves, and the distant chirping of birds in the enchanted forest transport spectators back to the dreams of childhood fairy tales.


People often present their best selves to the world, yet secretly nurture their vulnerabilities. Artist Jimere replaces these vulnerabilities with the imagery of caterpillars, exploring the theme of 'deficiency.' Through oversized pupils that seem to laugh or cry, viewers confront their own or others' deficiencies. These endearing creatures, instead of being perceived as malicious insects, become beings worthy of care, residing within the warmth of the artist's compositions. Her art invites us not to turn away from our deficiencies but to embrace them, fostering a dream world where we coexist harmoniously.


Sae-Rom Jung employs vibrant colors and simplified forms to unveil her unique world. As viewers gaze upon faces depicted with simple circles, they project their own expressions onto the artwork, immersing themselves with various emotions. By simplifying objects to their essence and layering pigments to create distinctive textures, Jung harmonizes form, texture, and color to guide viewers into a realm where their realities are transformed into new dimensions of beauty.


In the spirit of youthful days eagerly awaiting the conclusion "And they lived happily ever after," may this exhibition, where four young artists unleash their individual worlds, be a place where visitors can freely ro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