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re Nameless Winds Have Lingered : 이상헌 개인전

Sangheon Lee Solo Exhibition



2025.02.01 - 02.26

이상헌



이름없는 바람들이 머문 곳



갤러리헤세드 설에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우리는 그 안에서 욕망과 집착을 반복한다. 이상헌 작가의 개인전 ‘이름 없는 바람들이 머문 곳’ 은 이러한 지속적인 순환 속에서 작품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탐구하는 짧은 여행을 제안한다. 동양화의 전통적 미감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그의 작품들은 예술적 실험과 철학적 성찰을 보다 조화롭게 담아내고자 했는데, 이는 자연과 인간, 욕망과 초월, 기억과 현재라는 대립적 개념들 사이에서 어떠한 균형을 찾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 균형은 단순한 조화를 넘어 삶의 본질과 방향에 대한 심도 깊은 질문을 던지고, 이렇게 던져진 질문은 이를 마주하는 이들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여지를 열어 둔 채 내면에 잠자고 있던 기억의 소환을 유도한다.

작가는 동양화 전통 재료를 사용해 화면에 선과 색을 겹겹이 쌓아 올린 후 주사기를 활용한 독창적인 마띠에르 기법으로 시간의 흔적과 물질성을 담아냈다. 이러한 작업은 시각적 즐거움을 제공함과 동시에, 관객이 존재와 무상함에 대한 사유를 떠올리도록 만든다. 명확히 규정되지 않고 열려 있는 작품 속 풍경들은 감상자의 기억과 경험 속에서 새롭게 재구성된다. 화면에 남겨진 자취들은 마치 일상의 파편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지만, 작품을 마주한 이들은 그 속에서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울림을 발견하게 된다.

작업의 시작점은 작가가 지나온 풍경에 대한 개인적 기억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단순한 과거의 재현이 아니다. 작가는 화면 위에 남겨진 흔적들을 통해 우리가 쉽게 잊고 지나치는 일상의 감각과 정서를 환기한다. 이는 또한 자연의 일부로서 위치한 인간의 속성을 상기시키며,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자리와 방향성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아무리 작고 사소한 자취라 할지라도,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고 또 다른 풍경을 떠올리며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 나간다.

‘이름 없는 바람들이 머문 곳’ 이라는 제목은 그의 작업이 지닌 본질적인 메시지를 함축했다. 이름 붙일 수 없는 바람처럼, 그의 작품 속 풍경은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안에 담긴 보편적인 감정과 사유를 자유롭게 해석할 여지를 남긴다. 작품을 감상하는 이는 화면 위에 얹힌 요소들을 통해 스스로의 이야기를 엮어 나가고, 각자의 내면에서 평온과 안식의 의미를 되새긴다. 이처럼 작품은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지만, 남겨진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 이상헌 작가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대중과 조용한 대화를 시도한다. 작가는 작품을 관람객이 보다 능동적으로 마음의 평온과 내면의 자유를 발견하도록 돕는 디딤돌의 역할을 하고자 했다. 불어 지나가며 흔적을 남기는 바람과 같이, 그의 작업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여운을 전한다. 이 여운은 우리로 하여금 삶의 본질을 새롭게 바라보게 할 뿐만 아니라 또한 그 속에서 각자의 진정한 평안을 찾는 계기로 작용한다.

이번 이상헌 작가의 개인전을 통해 단순히 보이는 것을 넘어, 스쳐 간 바람이 남긴 흔적 속에서 진정한 평온과 행복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우리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