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 soleil : 스치우다
호정 개인전
Hojung Solo Exhibition
2024. 11. 02 - 11. 23
한지에 담긴 호정의 노래
갤러리헤세드 설에덴
호정 작가의 이번 전시는 윤동주 시인의 시구에서 출발하여, ‘스침’이라는 언어가 내포하는 감각적 의미를 탐구한다. 이는 물리적 경계를 넘어 인간이 자연과 예술을 통해 맞닿을 수 있는 감응의 영역을 일깨운다. 특히 작가는 한지를 활용하여, 단순한 조형의 차원을 넘어 내밀한 삶의 단편들이 소리 없이 번져가는 ‘감각적 색채 추상’을 구축해 나간다. 그의 작업은 일상의 조각들에 색을 입히고, 그 과정을 통해 한 장의 시詩와 같은 서사를 화폭에 담아낸다.
작가에게 있어 한지 조각은 단순히 색의 층위를 쌓는 재료가 아니라, 내면의 언어를 다루는 행위의 일환이다. 매번 글을 쓰고 그것을 색으로 확장해가는 과정에서 그는 내적 기억과 시대의 울림을 결합시키며, 이를 통해 예술적 자아를 견고히 다듬어 나간다. 호정의 작업에서 ‘스침’이라는 행위는 물리적 충돌을 넘어서는 의미로, 삶과 자연이 우연히 만나는 순간이자, 그 안에서 우러나는 미묘한 떨림의 기록이다. 이러한 스침의 인식은 카뮈, 윤동주, 고흐 등 작가가 삶의 지표로 삼는 인물들의 문장과 사유에서 깊은 영감을 받는다.
이번 전시의 핵심은 ‘빛’과 ‘바람’의 요소를 회화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부분에 있다. 고흐의 금빛이 모든 존재에 고루 스며드는 이미지처럼, 호정은 가을의 색감과 결을 통해 찰나와 영원의 경계를 탐색한다. 그의 작업에서 한지의 특질은 바람과도 같이 가벼우나 존재감 있는 감각으로 구현된다. 이 한지는 무형의 순간들이 형상화되는 매개로서, 자연의 풍경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각기 다른 색을 입힌 한지 조각들은 한 편의 일기이자, 감각적 연대기와 같은 연속성을 띠며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시도를 보여준다.
‘스치운 금빛’이라는 주제는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미묘한 위로의 상징이다. 금빛으로 표현된 색채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 시시각각 변모하는 생의 의미를 내포한다. 이 금빛은 자연의 흐름 속에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의 속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고찰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 시공을 넘나들며 우리에게 주는 위안과도 닿아 있다.
호정 작가의 한지 작업은 작은 조각들이 모여 거대한 풍경을 이루는 것처럼, 한 사람의 기억이 세계와 맞닿는 지점을 끊임없이 질문하는 작업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조형적 감각은 관람자에게 순간적 감동과 동시에 긴 여운을 남긴다. 이번 전시가 단순한 관람을 넘어, 우리의 내면 깊숙이 머물며 미묘한 울림을 주는 존재로 남기를 기대한다.
Du soleil : 스치우다
호정
'스치우다', '윤동주'님의 '서시',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에서 영감을 얻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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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을 빚음과 같은 작가의 한지 조각들은 음절이자 문장이며, 화폭에 채우는 색채의 인상, 그 새로운 풍경은 '일기'이자, '편지', 한 편의 '詩'와 같다. 그렇기에, '시적 서정성'을 내포한 '색채 추상'이 작가가 추구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작업의 시작은 언제나 '글'이다. 글을 쓰고, 이를 기반으로 직관적으로 색을 풀어감이 작업의 과정이자 방식이다. 읽고 쓰는 것과 화폭에서 색과 형으로 '예술'을 펼쳐 가는 것이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음을 믿기에 작업에 있어 작가 개인의 내적 동기에 더하여 작품의 주제가 되는 '무엇'은 '시대를 울리는 영혼의 노래'와도 같은 문장들이며, 이는 작가의 '생'을 풍요롭게 할 뿐 아니라, 새로운 '시'가 되어 절절한 심상으로 작품에 흐른다. 작가의 영혼을 날카로울 만큼, 강렬하게 두드리는 알베르 카뮈와 윤동주,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의 문장들, 특히, '색'에 대한 섬세하고 서정적인 표현들은 '색色'으로 '시詩'를 꼭꼭 눌러써가는 작가에게 있어 성서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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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 '태양은 가느다란 금빛 줄기로 이 땅 위의 모든 것에 넘쳐흐른다.'는 고흐의 문장에 콕콕 찔려, 먹먹한 가슴을 품고 시작한 이 작품들은 그렇게 태양의 줄기에 '스치운', '생'의 노래가 되어 이 가을을 만났다. 지극히 사적인 경험들에 근거하여 작가가 '고흐'의 일생에 처절하게 몰입한 이유로, 이전에도 그의 작업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진행하기도 하였으나, 그의 '문장'으로 '자신'을 덤덤히 마주하는 시간을 켜켜이 쌓아가며, 전시 전체를 이끌어 간 것은 작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침잠하는 시간들에 그 금빛에 매몰되다 싶이 머물며, 작가는 사사로운 일상의 '말'에서 반 발쯤 물러나 고독하게 시간을 채웠다. 무형하나 현상적이며, 영속성을 지닌 '바람', 그 바람의 존재를 찬미하는 자연과의 '우연한' 대면을 통해 작가는 바람을 닮은 소재인 한지로 콜라주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존재로서 나부끼는 바람의 조각, 그 빛깔들을 수집하고 기록하듯 '색 한지'로 작업을 이어 오다 작가가 그 어딘가에 남겨둔 영혼의 조각에 대한 고뇌를 다시 시작하면서 빛바랜 기억의 조각에 하나씩 마음을 다해 색을 입히며, '재생'과 '회복'의 수행을 기꺼하며 내면의 '색'을 '소화'하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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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히도 고뇌하는 한 사람은 터널 끝에서 바람의 위로를 만나, 그 다독임을 동시대를 살아가는 나'와 같은 '우리'에게 전하고자 그 바람의 형상과 빛깔을 화폭에 담아왔다. 그리고, 처절하게 고뇌하며 '생'을 찬란하게 살아낸 이들의 흔적, 참으로 비루한 이 문장들로 표현할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그것들에 감화되어 '스치운 금빛'을 주제로 오늘 우리 '생'을 채운다. 이는 이 가을처럼 찰나인 우리의 시간들에 덤덤히 흐르며 그토록 다정한 금빛 온기, 그 '작고, 작은 위로('나'와 '너'에게 지극히 피상적일지라도 절실한)'를, 감히 바라기는, 묵묵히 잔잔한 '시'로 작품에 녹여내고자 함이다. 존재하는 '예술'이 감당해야 하는 '작고도 작은' 역할이 그 다독임을 전하는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애써 풀어낸 고운 빛깔 풍경을 통해, 자연처럼 그렇게 오래도록 곁에 머무는 것이 작가가 펼쳐가고자 하는 예술의 목표이기 때문이다.